12 February 2025
필라테스 (Pilates) 운동법 창시자 죠셉필라테스 (Joseph Pilates)는 인생에 행복을 달성하기위해선 신체의 마스터리를 얻는게 필연적이라고 했다.
필라테 운동법이란 거의 구십프로정도 요가에서 변형된 근운동법이라 할 수 있는데 전문버디워커들(댄서나 발레리나 같은…)들에게 특히 애호되고 있는 피트니스 운동법이다. 요가는 자연스런 호흡패턴과 근육이완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데 비해, 필라테스는 호흡컨트롤법과 코어동작을 주로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피트니스 레벨이 갖춰줘야 따라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면 코어 센터가 단단해 지고 전체적인 자세가 멋있어진다…도도하고 고상한 자세로 요가처럼 나이보다 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운동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죠셉필라테스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가 정의한 늙음과 젊음의 기준이다. 필라테스 왈, “비록 나이가 삼십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몸이 뻣뻣하고 모양새가 여~엉 아니면, Out of shape, 이미 늙은(Old) 것이고, 육십이라 하더라도 몸이 유연하고 강인하면, 그러면 “젊은” (young) 것이다” 라는 정의이다.
정말 절실한 말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엔 왜 그렇게 애늙은이가 많은지… 나이가 이삼십대인데도 몸은 나무토막처럼 굳었다. 가끔씩 기본 필라테스 동작들을 요가수업 중 가르치는데, 그러나, 아주 쉬운 요가동작도 ‘huffing-puffing’씩씩거리며 제대로 못 따라 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필라테스까지 가르치려면 헤드에이크, headache, 두통이…온다. 그래서 잘 가르치지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아야, 아야!!”소리를 지르고 종아리와 발가락에 경련이 난다고 엄살이 대단하다. 그러면서 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 “I am old!!” 헐…!!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감히 내 앞에서 늙었다는 말을 입에 담는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늙어서 몸도 따라 늙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 엄살을 들을 때마다 나는… 씨익하니 혼자 웃는다.
오랫동안 요가명상을 해온 탓인지, 나는 나이를 빨리 안먹는 형에 속한다 (목소리만 들으면 여전히 이삼십대!). 원래 동안이었던 탓도 있지만 평소 나이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은 보통 내 나이를 알게 되면 깜짝 놀란다. 그렇다고 내가 일부로 나이를 밝히고 다니는 건 절대 아니고, 늙은(?) 티를 내는 그네들이 주눅들까봐 언제부턴가 실제 내 나이를 잘 말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에 비해 웬지 참 빨리 늙는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미디아가 사회판도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삼십만 넘어가면 이미 늙은이(?) 취급을 하고 틴에이지 딸한테 보톡스를 맞게 하는 정신나간 엄마도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흰머리가 또 빨리 나기 때문에, 더 일찍 나이가 들어 보인다. 사십만 넘어가면 실제로 손주보는 사람들도 많다. 신문에서도 ‘할머니’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옆에 적힌 그들의 나이가…사십대 초중반인 사람들이 많다. 하긴 23살때, 우리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결혼한 동창은 다음해 바로 엄마가 되었으니… 지금쯤 그 친구의 딸은 시집을 갔을 만도 하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이해가 안된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그래서 우리네들 신체에 세월의 겹이 쌓인다 하더라도, 굳이 마음까지 같이 나이 값(?)을 꼭 해야 하는 건지. 세월 흐르는 것 막을 장사는 없다. 그러나 굳이 흐르는 세월을 너무 의식하거나, 마음이 몸보다 앞서 가게 되면 그만큼 세월이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게 여태껏 내가 가지고 살아온 삶의 자세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일이 있고, 항상 진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다 보면 그만큼 훌쩍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사십만 넘어가면 벌써 “Old”이라는 말을 너무도 자주 입에 올린다.
링컨 대통령은 사십이 넘으면 우리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젊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바램 중 하나는 어서 사십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양반처럼 입가에 중후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른 되고 싶었다. 이십대 내 사진을 보면 참 화가 나 보인다. 그 때의 나는 자신이 참 싫었다. 아니 너무 기복이 심한 내 감정의 굴곡이 힘들었다. 그래서 늘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고 살았다. 그때는 얼른 나이가 들었으면 소망도 가지고 있었다. 바위처럼 단단하고 안정적인 세월의 연륜이 채워줄 내 영혼의 성숙함을 고대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새…나보다 어린 나이의 사람들이 인생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려는 그런 세월의 문턱에 와있다.
어느새 육십갑자를 1회 완주한 나는, 이제는 늙었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Old늙었다”이라는 단어를 장난삼아 가끔 쓰게 되면 내 요가학생들이 웃는다. 그네들 말 처럼 나는 늙었다 (old)는 표현보다 성숙하다 (mature)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된 것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든 어떻든, 나이의 숫자로 표기되는 세월의 연륜을 부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젊어 보이는 척 할 필요도, 늙은 척 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할 만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며 살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훌쩍 왔을 뿐이다. 그래서 “Old”이라는 단어가 아직까지 내입에선 올리기 생소하다. 대신 “mature성숙”하다는 말은 내가 아주 애용하는 단어이다. 나는 “성숙”한 사람들이 좋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한 사람. “Old”이란 단어는 어쩐지 황폐하고, 바래고, 쓸쓸하게 들린다. 그러나 “mature”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희망이 가득 담겨 있다. 풋풋한 젊음이 상징하는 그런 밝은 색깔, 미지에 세계에 대한 설렘으로 끊임없이 배우며 부족한 것을 채우며 살 수 있는 무지개 같은 그런 삶.
나는 배우는 게 좋다. 평생을 이런 식으로 배우고 몰랐던 것을 깨쳐가는 재미가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활력소이다. 계속해서 늙었다는 말보다는 성숙하다는 말이 더 적합한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마음 한 곁에서 늘 준비하는 한편, 오늘 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서 날마다 더욱 성숙해져 가는, 그리하여 세월 가는 게 두렵지 않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